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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 환수 모금 캠페인
白色林 님께서 작성하신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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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도 중순에 접어 들었다. 유달리 빨리 찾아온 덕분에 이번 겨울은 더더욱 길었다.
하늘을 지붕 삼아 사는 사람들이 여럿 죽었을 것이다. 삼한사온이란 말도 옛말이라,
그들은 빨래할 날도 잡지 못한체 역사 귀퉁이에서, 허름한 다리 밑에서 단벌신사 노릇을 했다.


늘상 봐오던 거지가 있었다. 매일 지나는 역사 출입구 한쪽을 차지한 거지다.
수염도 머리도 멋드러진 회색 빛으로 길른 그는 조금 나이가 있어 보였다.
늘상 그네들이 무리가 가진 작은 동전 바구니도 내놓지 않고, 특별히 구걸도 하지
않는 그이지만 이상하리 만큼 풍족스런 생활을 했었다.

물론 그것은 거지라는 직업군 치고는 이란 단서가 붙기는 하였지만
그의 앞에서는 서울 막걸리 한병과 밥상겸 술상겸 하는 편의점 도시락이
늘상 붙어 있었다. 그는 취기가 오르면 걸걸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곤 했었다.
시끄럽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듣기가 싫지는 않았다. 그의 꾀죄죄한 모습이
더러워는 보이지만 이상하게 추례는 커녕 은근한 멋을 풍겼던 것 처럼.


그 거지가 죽은 것을 알게 된것은 이레 전이였다.
소식을 알려준것은 역사를 청소하는 아주머니.
그것도 혼자 흘리듯 한말을 들은 것에 불가하다.


"아이쿠, 이놈의 겨울이 없는 놈들 다잡아가네. 늙은이가
이 자릴 지킨지도 10년인데... 추운날 다 지나가고 이제 따듯한 봄만
기다리면 되었을 텐디..."


잠시 걸음을 멈추었으나 이내 다시 걸었다.
거지가 죽은 것은 죽은 것이고 그래도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찾아온 한가지 변화가 있다면.
옷장 한켠 고이 접어둔 봄옷들을 꺼내 입었다.
두텁고 따듯하지만 갑갑한 외투를 벗고,
화사한 빛깔의 가디건과 밝은 면바지. 얇은 슈트를 꺼내 입었다.


영하 10도를 오르 내리는 기온.
상관없이 봄옷을 입었다. 출근길에 오돌오돌 떨지언정.
내몸위로 한꺼플의 껍질을 더 두르기는 주저했다.


꽃샘추위라고 해야 할까.
겨울 막바지의 추위는 이상하리 길었다.
사람들의 옷은 더욱 두꺼워 졌으나, 그래도 봄옷을 고집하고 다녔다.


지인 하나가 말했다. 왜 그리 미련한 짓을 하느냐고.
왜 그리 바보 같은 모습으로 추위에 떠는 것이냐고.

새햐얗게 질린 피부를 난로가에서 녹이며,
코에 아롱지는 콧물을 손으로 쓱쓱 딱아가며 말했다.


" 있잖아. 겨울은 그냥 지나가는 것 일까? 봄은 저절로 찾아 오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 시간이 흐르기에 저절로 오는 봄이라면 왜이리
늦게 찾아오는 걸까.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었고, 또 누군가가 사라져 갔는데
왜 봄은 오지않을까? 난 곰곰히 생각했어. 이것은 무언가 잘못되어서 라고.
우리가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라고."


지인이 옷차람을 보았다. 두꺼운 모트다. 목도리까지 둘둘 감은체
그 또한 난로가의 불을 쬐고 있었다.


" 나는 봄을 맞이할 준비하고 있는거야. 따듯한 햇살을 받을 준비를 하는거야.
나무의 봉오리가 피어오르는 순간을 준비하는 거야. 그리고 봄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봄옷을 입어. 두꺼운 외투를 벗어 재끼고 봄에게 내 마음을 말하는
거야. 난 당신이 보고 싶다고. 당신이 올때가 되었으니 찾아와달라고.
나 이렇게 봄옷을 입고 당신을 기다리니 내게 찾아와 달라고."


콜록 기침이 터졌다. 입술을 휴지로 딱고 씨익 웃어 보인다.


" 봄은 마냥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아.
  그래서 난 봄에게 신호를 보내는 중이야.
  봄이 찾아온다면,
  난 이렇게 벌벌 떨어갔던 시간조차 행복하게 생각할꺼야.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봄을 더더욱 사랑하겠지.
  내가 불러온 봄이니까.
  주변에서 사라지는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한 봄이니까."


그는 묵묵히 난로가에서 불을 쬐었다. 지인은 이내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두꺼운 외투 안에는 얇은 봄옷이 있었다. 그 또한 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하나둘 이렇게 봄을 부르는 것이다. 봄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봄을 부르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여야.
어느새 나무 끝 맺힌 봉오리는 활짝 피리라.



봄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옛날에 쓴글인데 =ㅅ= 그니까; 올해 2월. 너무 늦게 찾아오는 봄을 원망하며 쓴 글이랄까 ㅎㅎ 덱순의 권유로 이렇게 올려봅니다 'ㅅ' 챙피챙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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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네마천국 2008/05/30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봄을 기다리는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꽃샘 추위는 봄을 알리는 소식 중 한가지가 아닐까요? ㅎㅎ

    • BlogIcon 白色林 2008/06/02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이번 꽃샘추위는 유난히 길고- 또 추웠죠. 거리에서 오돌오돌 떠는 거리의 시민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나서 끄적였던 글이네요 ^^